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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머리를 깎으며 - 이발소 소회

오늘 아침 머리를 깎으며 뜬금없이 언제부터 이발소(理髮所)에 다녔는지 궁금했다. 이발소에 가면 널빤지를 걸쳐 놓은 의자에 올라앉아 머리를 깎던 생각이 나는데 아마 대여섯 살은 됐었겠지 싶다. 주로 바리캉으로 짧게 깎았는데 중학생 때는 아예 삭발수준 이었고 혹간 기계총에 걸려 고생한 기억도 난다. 고등학생 때는 두발(頭髮)이 자유로운 학교에 다녀 별로 기억할게 없었고, 대학생 때는 장발단속(長髮團束)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뿐 특별할 게 없다. 언제나 이발은 거의 대부분 동네 이발소에서 했다. 간혹 주인(이발사/理髮師)가 바뀌어도 동네마다 이발소는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헤어숍이 생기고 주로 여자들이 이용하는 미장원(美粧院)에 남자들도 다니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이발을 어디서 할까 고심한 적이 있었..

나의 이야기 2023.07.16

2023년 프로야구(KBO) 전반기 성적

올 프로야구시합의 전반기가 끝났다. 중위권 경쟁이 치열하여 흥미진진한데 장맛비로 막판에 예정된 게임이 취소되어 아쉽다. LG와 SSG가 2강으로 선두권을 지켰고 예상외로 두산이 9연승을 질주하며 3위까지 떠올랐다. NC 롯데 KIA 등의 중위권 경쟁이 치열하고, KT와 한화도 반등을 노리고 있다. KBO 개막을 앞두고 열린 WBC에서 예선탈락을 해 야구팬이 외면할 거라 예상했지만 이런 치열한 순위 경쟁 덕에 관중수가 400만을 넘었다. KBO리그를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들은 투타(投打)가 고루 안정적인 LG와 KT를 우승후보로 꼽았고 두산과 롯데는 가을야구 후보에서 제외됐다. 현재 지표를 보면 LG 말고 나머지 팀의 성적은 예상이 빗나갈 것 같다. 현재 10개 팀 중 히어로즈(넥센/키움)만 빼고 모두 ..

나의 이야기 2023.07.14

유월의 소확행(小確幸)

오늘은 6월 끝날이다. 닷새 전 유모차에 손녀딸을 태우고 아파트단지를 돌아본 일이 문득 생각났다. 손녀가 무럭무럭 크는 것을 지켜보며 할아버지로서 얼른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마침 날씨도 좋고 지안이(손녀) 컨디션도 괜찮아 기분이 좋았다. 예전부터 손주를 데리고 놀다가 곧잘 재우곤 했는데, 그때마다 천진난만하게 자는 모습을 지켜보는 행복감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없었다. 그날 지안이도 얼마만큼 유모차를 타더니 잠투정도 없이 스르르 자기 시작했다. 자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오랜만에 예전의 그 잔잔했던 행복감을 느꼈다. 어제(29일)는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렸다. 저녁에 열릴 서울 인천 대전 부산 광주의 프로야구경기가 우천(雨天)으로 모두 취소됐으니 종일토록 전국이 빗속이었나 보다. 이때쯤이면 능소..

나의 이야기 2023.06.30

(일기) 2023.6.4.(일) 맑음 / 가당찮은 「사전답사」

그렇게 5월을 정리하고 맞이한 6월 첫 주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만들지도 말자고 작심했다. 집사람이 아침운동에 나설 때도 나는 이불 속에 누워 친구들 단톡방을 기웃거리며 마냥 시간을 보냈다. 느긋한 아침을 먹고는 심심해졌다. 동네산책길에서 걷기운동을 하는데 카톡에 손녀딸 영상이 올라왔다. 며칠 전 데리고 놀았는데 또 보고 싶다. 문득 큰애들 키우던 생각이 나자 「내년 봄에 놀이공원에 데리고 갈 생각」에 집사람과 통화했다. 그래서 「사전답사」 일을 만들었다. 11시 반쯤 애버랜드(용인)로 출발했다. 일요일 인데 고속도로는 한가했고 12시 조금 지나 애버랜드에 여유롭게 도착했는데...아뿔사 그 넓은 주차장이 대만원이다. 이리저리 뱅뱅 돌다 결국 한참 떨어진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

나의 이야기 2023.06.05

기억력 - 아! 물 마시러 왔지.

1969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횟수가 59회라 매년 5월 9일 동창회(총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예전과 달리 현실적인 문제보다 학창시절 이야기가 대세였다. 졸업하고 54년 만에 처음 참석한 동창이 몇 있었고, 외국에 살아서 참석은 못 했지만, 동창 소식에 목마른 친구들이 유별나게 옛날 추억을 앞장서 끌어냈다. 그러다 보니 반세기가 지난 가물가물한 일들을 들추는데 기억력에 한계가 드러났고 의견이 갈렸다. 옛날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면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고 흐리멍덩하면 나이 탓이라 하며 치매 초기라고 놀렸다. 나도 난처한 일을 겪었다. 물증(사진)을 보니 때와 장소는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그때 무엇을 먹었고 어떤 일을 했다는 친구의 말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했는..

나의 이야기 2023.05.22

(일기) 2023.5.4.(목) 일기 쓸 시간

일기장 검사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일기 쓰기가 숙제였던 초등학생 때다. 일주일이고 열흘 것을 몰아서 쓰다 보니 그때 날씨가 맑았는지 궂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대하소설을 쓰듯 끙끙대곤 그랬다. 지금이 그렇다. 4월 중순부터 꽤 많은 일이 있었고 개중엔 기록을 위해 일기를 써야 될 것도 있었는데 차일피일하다 지금에야 쓴다. 우선 가족봉안묘(家族奉安墓) 건이다. 재작년 가을 큰형님이 돌아가시고 집안에서 하기로 약속한 일인데 꽤 오래 준비를 해서 윤달인 올해 실행했다. 4월 16일 선대(先代)의 유골을 화장해서 선영(先塋)을 조성했고, 묘비제막식과 제사는 5월 7일 거행하기로 했다. 온 집안이 찬성하여 추진한 일이지만 소위 선대의 산소를 옮기는 것이 녹녹치 않은 것인데 무난히 진행했다. ..

나의 이야기 2023.05.04

(일기) 2023.4.15. 흐리고 비온 후 맑음-문광스님 선문염송

4월 초 스님의 밴드를 통해 건강이 심상찮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님이 손꼽아 기다리던 『선문염송요칙(禪門拈頌要則)』이 드디어 출판됐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다. 책 앞부분(p.29) 즉불(卽佛)이란 공안(公案)에 “文光 頌曰, 法常知一不知二 彼僧知二不知一 欲知諸佛出身處 耳見目聞方可畢” 이란 스님의 송(頌)을 보고나서 거듭 새겨 읽으니 점점 재미가 났는데, 심신(心身)의 과로가 여기에 이른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멘다. [문광스님 TV]로 스님의 법문을 틈틈이 듣고 있는데, 며칠 전 밴드에 선문염송에 대한 의지를 보이셨으니 맑은 표정으로 빨리 오시길 기도합니다.

나의 이야기 2023.04.15

(일기) 오늘같이 좋은날은 - 2023.3.26. 온화화창(溫和和暢)

진작에 봄이 왔는데 오늘이 진짜 봄날이다. 태어난 지 97일 된 손녀딸 백일기념자리를 마련했다. [오늘 같이 좋은날은] 아침 일찍 양재동 농산물마트에 가서 싱싱한 과일을 사왔고, 손녀를 기다리는 동안 화사하게 피어난 온갖 봄꽃을 보다 SETEC 옆에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과 벚꽃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곤 사진을 찍다 옛날 글을 소환했다. 『나는 벚꽃과 살구꽃에 대해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1972년 봄. 충청도 시골동네로 약초채집을 갔다가 무리지어 있는 벚꽃과 살구꽃을 보고 밭일하는 할머니에게 무슨 꽃인지 물어봤다. 그때 그 할머니 말씀이 지금도 살구꽃만 보면 방금 전 일 인양 귓속을 울린다. “작년에 이쪽 나무에서 살구를 따 먹었으니 이게 살구나무여!” 2017.4.7.』 11시가 조금 넘어 손녀가 ..

나의 이야기 2023.03.26

(일기) 2023.3.19.(일) 일교차가 큼. 포근한데 미세먼지 많음.

이때쯤이면 열 일 제치고 봄맞이를 다녔는데 올핸 허리가 불편해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주 꼭 볼 일은 조심스럽게 행했고 지금 몰아서 기록한다. 12일(일) 출생한지 80일 된 손녀딸이 본가(本家)를 첫 방문한 뜻 깊은 날이다. 지 고모와 사촌들이 찾아와 축하하고 예뻐해 주는 것을 아는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다 갔다. 어린 것이 첫 외출로 힘들어서 밤새 칭얼댈까 걱정했는데 괜찮다하여 다행이다. 16일(목)엔 고향 선산에 다녀왔다. 선영(先塋) 정지작업을 해야 하는데 직접 못가고 사촌동생이 했는데 깨끗하게 잘 했다. 아무리 허리가 아파도 올해 할 일중 제일 큰일이라 신경이 많이 쓰인다. 18일(토) 오후 집에 있자니 해마다 보던 봉은사 홍매화가 꼭 보고 싶어 다녀왔다. 절에 가면 둘레길을 늘 걷고 오는..

나의 이야기 2023.03.19

초의선사(草衣禪師) 이야기

《대각등계보제존자초의대선사(大覺登階普濟尊者艸衣大禪師)》. 스님이야기를 태산만큼 듣고 티끌만큼 쓴다. 1786년 전남 무안에서 출생(出生)하여 1801년에 나주 운흥사로 출가(出家)했고 1866년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 입적(入寂)하셨으니 세수(世壽) 81세요 법랍(法臘) 65세다. 속명(俗名)은 장우순(張宇恂)이고 법명은 의순(意恂) 법호는 초의(草衣)며 초의선사(草衣禪師)로 널리 알려졌다. 초의스님과 다산(茶山)선생은 지척(咫尺)인 곳에 거처(居處)가 있었지만 승려(僧侶)인 초의가 천주교도(天主敎徒)란 이유로 신유박해(辛酉迫害/1801년) 때 고초를 겪었고 유배생활(流配生活)을 하던 다산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보인다. 처음 만날 당시 다산은 48세였고 초의는 24세였는데 학문을 전수하면서 정(情..

나의 이야기 202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