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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선사(卍海 禪師)의 선시 춘몽(禪詩 春夢)

어제 친구들이 참석한 삼일절(三一節)행사 소식에 마음이 짠하여 애써 봄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었다. 어제 내내 나라안팎은 106년 전 기미독립만세(己未獨立萬歲)를 상기할 만큼 대단했다고 한다. 그때 한용운(韓龍雲) 스님은 33인의 민족대표로 만방(萬邦)에 선언문을 외치셨고, 이후에는 천둥소리보다 훨씬 크고 강한 침묵(沈黙)으로 독립만세를 부르셨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발길을 동국대학교 만해동산으로 옮겼고, 내친김에 스님의 유고(遺稿)로 알려진 춘몽(春夢)이란 시를 오늘 발길에 연관 지었다.  몽사낙화화사몽(夢似落花花似夢/꿈은 흡사 낙화 같고 꽃은 흡사 꿈같은데) 인하호접접하인(人何胡蝶蝶何人/사람은 어찌 나비이고 나비는 왜 사람인가)접화인몽동심사(蝶花人夢同心事/나비 꽃 ..

나의 이야기 2025.03.02

보름달과 어머니 소회(所懷)

오늘이 정월(正月) 대보름이다. 초저녁까지 날이 흐려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없겠다 했는데 8시가 넘어 구름사이로 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재천으로 나가 보름달을 쳐다보다 무언가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불현듯 일흔일곱인 나는 열일곱이고 일흔일곱이 되신 어머니가 기도가 서툰 나를 대신해 소원을 빌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일곱 고등학생 때 일이니까 60년 전 일이다. 그해 가을 아버지는 겨울 한철 살림에 필요한 쌀이며 연탄 등을 사 주시고 영월 청령포(淸泠浦) 근처 절집으로 가셨다. 어머니는 절집에 다녀오신 후 가끔씩 정한수 한 그릇과 백설기 한쪽을 쟁반에 바쳐 부엌 앞에 놓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비셨다. 그때 그런 일을 겉으로 몇 번 보았는데, 어느 추운 겨울밤 달을 보며 기도하는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

나의 이야기 2025.02.12

설날행사와 간산(艮山) 이야기

이번 설날처럼 한가롭게 명절을 보내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집사람도 만두 전 떡 고기 과일 등 음식준비며 딸·아들네가족을 챙기느라 몸이 결딴나고 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아무도 안 오니 몸은 편해 좋지만 마음이 허전해 아쉬운 모양이다. 여태껏 처음 있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두 딸네가 현재 외국에 있고, 자오리가족 합동설날차례도 선산성묘로 대신하기로 해서 그렇게 됐다. 사흘 전 손녀가 와서 세배를 했고, 설날 선산성묘를 지내고 켄싱턴호텔(평창)에서 손녀와 같이 지내기로 해서 기분이 좋았다. 호텔로 들어가기 전 오대산월정사(五臺山月精寺)에 들렸다. 절집을 돌며 눈 덮인 오대산을 바라보니 간산(艮山) 이야기가 떠올랐다.   간산(艮山)이라면 등산마니아(mania)도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나도 1970년부터 ..

나의 이야기 2025.02.02

근황(近況)

... 예서 앞길이 보이지 않기론 지나온 길이나 매양이지만 오직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具常의 중에서). 2025.1.16.(목) 고교친구들과 한양도성길 낙산구간(혜화문~흥인지문)을 걷기로 한 날이다. 60년 전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혜화동(惠化洞)에서 출발하였다. 전날(1월 15일)은 국회에서 탄핵받은 대통령이 관저에서 체포되어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날이다. 요 근래 10여일 사이에 지인 3명이 작고(作故)하여 우울해서 기분 전환 차 나섰는데, 나랏일이 뒤숭숭하여 그런지 친구들도 시큰둥해 보였다. 예전엔 혜화동 로터리에 분수가 있었는데, 종종 로터리를 맴돌며 사색에 잠겼던 문학소년 시절이 생각나 가슴이 아릿했다. 장면(張勉)가옥엘 들렸는데, 그때 추억보..

나의 이야기 2025.01.17

안타까운 송구영신(送舊迎新)

세월에 어디 매듭이 있어 종시(終始)를 가릴 수 있겠냐마는 갑진년(甲辰年)을 어처구니없이 값지게 치루고 을사년(乙巳年)을 을씨년스럽게 맞았다. 지난해를 보낸다고 끝이 아니요 새해를 맞는다고 시작도 아닌데 속이 터져도 시간은 그냥 간다. 계엄과 탄핵으로 국민이 갈라져 쌈질을 하는 와중에 전남 무안공항에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비행기사고가 났다. 사악(邪惡)한 정치인들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언행(言行)이 연일 판을 치고 매스컴은 이런 행태를 부추기거나 편을 갈라 부채질하니 이게 나라냐 싶다. 교수들이 발표한 도량발호(跳梁跋扈)란 사자성어가 어쩌면 이렇게도 시의적절(時宜適切)한지 조금은 속이 시원하다.  새해 첫날 일출을 보는 것도 나의 연례행사 중 하나다. 올해는 맘이 내키지 않아 ..

나의 이야기 2025.01.02

손녀 크리스마스 재롱

딱 두 돌 된 손녀가 결국 ‘할아버지 바보’를 만들었다.한 돌도 되기 전에 뛸 정도로 잘 걸었고 말도 제법 잘하고 귀엽고 똘망똘망했다. 노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신통방통하여 절로 감탄이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다 친구들한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을 할라치면 팔푼이라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멈칫하곤 했다. 그런데 어제 크리스마스에 집에 와서 각종 장기자랑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리있게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딱 두 돌이 넘으니까 확 커버린 느낌이다. 계속 뛰고 놀며 재잘거리고 여러 가지 장기자랑 하는 것을 영상에 담았는데 많은 것 중 딱 하나만 에 올린다. 물론 그동안 글을 쓸 때 가끔 말미에 은근슬쩍 손녀딸 영상을 올린 적도 있지만 이번엔 단독으로 올린다.  ‘할아버지 바..

나의 이야기 2024.12.26

대모산 납회산행-스토리텔링

대모산(大母山/서울강남 293m)은 모양이 늙은 할미를 닮아 할미산 혹은 대고산(大姑山)이라 했다가 태종(太宗/조선3대왕)의 왕릉이 조성된 후 대모산(大母山)이라 불렸다 한다. 보성고59회 산악회가 금년도 납회산행을 대모산을 지나는 서울둘레길9코스로 결정했고, 2024.12.22.(일) 산행을 했다. 그런데 납회산행 후기로 대모산과 인연이 있는 세종대왕(世宗大王/조선4대왕) 이야기를 올릴까 한다. 세종대왕은 대모산 자락에 아버지인 조선3대왕 태종(太宗/李芳遠)과 어머니인 원경왕후의 왕릉을 쌍릉(雙陵) 형식으로 조성하여 헌릉(獻陵)이라 명했고, 나중에 본인도 이 근처에 묻히기를 소원했다. 왕릉에 관한 일화 중 아버지는 할아버지(太祖/이성계)가 돌아가실 때 할머니(신덕왕후) 묘소인 정릉(貞陵)에 합장하길 유..

나의 이야기 2024.12.26

대모산과 손주들 생각

참으로 나랏일이 뒤숭숭하다. 비상계엄이 선포(12/3)되고 해제(12/4)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난리가 났고, 후유증으로 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머리도 식힐 겸 인근 대모산에 올랐다. 평소에는 정상으로 향했는데 이번엔 서울둘레길(9코스) 따라 수서역 쪽으로 걸었다. 돌탑전망대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손주들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렸다. 큰놈들 둘이 대모산 정상까지 오르던 날은 곳곳에 눈이 있어 아이젠과 스틱도 챙기는 등 녀석들이 제법 등산가 흉내를 냈다. 이렇게 힘든데 할머니나 삼촌도 꼭대기까지 간 적이 있냐고 물으며 우쭐대기도 했다. 지금 녀석들이 공부 때문에 외국에 있어 더 생각이 많이 났다.  작은애 둘은 자연학습장까지 다녔고 정상은 아직 못 올라갔다. 억지로 끌고 밀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조금 ..

나의 이야기 2024.12.13

보성고59회산악회 고군산군도 말도 트래킹

2024.11.24. 아침 6:30 사당역 출발로 하루 일정의 막을 올렸다. 날씨는 상쾌했고 몸과 마음은 파란 하늘을 다 품었다. 10시 전 군산시장자도 선착장에 도착했고, 친구와 둘이서 배 출발까지 자투리 시간에 대장봉에 오르려 했으나, 시간에 쫓겨 중턱 전망대에서 되돌아 왔다.  눈썹 모양으로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고군산군도의 서쪽 섬 들 중 끝자락에 놓인 말도~보농도~명도는 근래 연도교(連島橋)로 이어져 트래킹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 세 섬을 돌아보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통제구역이 있어 불가피하게 제일 끝 섬인 말도(末島)를 선택했다. 일정이 바뀌어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 기록으로 남기려고 동영상 한편을 만들어 올린다.

나의 이야기 2024.11.26

(가을 콩트) 손녀 이야기

얼마 전 내 맘을 심쿵하게 만든 우리 집 두 손녀 이야기입니다. “초록잎이 물들고 산풍경은 바뀐다 토독토독 떨어지는 도토리도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도 할머니 생신을 축하해준다” 가 이번 할머니 생신날 선물로 준비한 작품이다. 가족모임이 있으면 그때마다 직접 만든 것들을 내놓아 어른들을 감동시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벌써 열 살이 되어 예쁜 숙녀로 변해갑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나요~~~ 바람이 불어 슬펐어~~~마음이 아파~~~눈물이 나”가 이랬습니다. 지난 주말 아침 놀러 나갔다가 집에 들어와서 하는 모습을 에미가 찍어 카톡에 올린 것을 봤는데 기가 막혀 편집한 것입니다. 유별나게 꽃을 좋아하니 단풍도 좋아하고 낙엽도 좋아하는 게 이상할 건 없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밟고 놀다 들어와 저..

나의 이야기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