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기) 대학교 의료봉사동아리 이야기

초 은 2025. 4. 18. 20:21

1970년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9명이 선배의 권유로 동시에 의료봉사동아리<녹원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모두 대학을 마치고 연고지에서 개원했고, 얼마 후 한의사협회 업무 때문에 종종 서울에서 만나면 학생 때 못지않게 의기투합하여 잘 지냈다. 그러다 중앙대의원인 친구가 해마다 정기모임을 갖자고 제안하여 2009년 5월 처음으로 대전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했다. 애석하게도 1명은 유명을 달리해 8명이 부부동반으로 매년 만나는데 올해가 17년째다.

 

작년부터 신상이나 건강에 변화가 있어 불참회원이 생기자 부부동반은 올해까지만 하고 다음부턴 남자만 모이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모임을 추진하는 나로서는 부인들에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까 멋있고 추억에 남을 행사를 하려고 궁리가 많았다. 회원들 취향을 고려하여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숙소 교통 등 기획·섭외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집사람과 일부러 사전답사도 다녀왔다. 행사를 앞두고 날씨가 나쁠 것이란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바닷가 특유의 세찬 폭풍우는 난생처음이라 뜻밖에 일이 틀어지고 게다가 악몽 같은 일이 생겼다. 순전히 악천후 때문인데 다행히 잘 마무리됐고, 다음날 행사는 용케도 비를 피해서 만족스럽게 끝났다.

 

회원들에게 이번 행사를 멋진 추억거리로 오래 보관할 영상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해서 어제까지 회원들이 보내준 500여 장의 사진과 내가 찍은 영상을 정리하여 <첫째 날> <둘째 날> <천리포수목원>이란 3편의 동영상을 만들어 단톡방에 올렸는데, 칭찬이 자자했고 특히 <천리포수목원>은 내가 봐도 참잘 만들었다. 이번 행사가 얼마나 흡족했으면 내년부터 남자만 모이자고 제안한 회원이 부부동반을 계속하자고 일부러 전화했다. 나도 좋은 기분에 기록을 남기려고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