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이 참석한 삼일절(三一節)행사 소식에 마음이 짠하여 애써 봄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었다. 어제 내내 나라안팎은 106년 전 기미독립만세(己未獨立萬歲)를 상기할 만큼 대단했다고 한다. 그때 한용운(韓龍雲) 스님은 33인의 민족대표로 만방(萬邦)에 선언문을 외치셨고, 이후에는 천둥소리보다 훨씬 크고 강한 침묵(沈黙)으로 독립만세를 부르셨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발길을 동국대학교 만해동산으로 옮겼고, 내친김에 스님의 유고(遺稿)로 알려진 춘몽(春夢)이란 시를 오늘 발길에 연관 지었다.
몽사낙화화사몽(夢似落花花似夢/꿈은 흡사 낙화 같고 꽃은 흡사 꿈같은데)
인하호접접하인(人何胡蝶蝶何人/사람은 어찌 나비이고 나비는 왜 사람인가)
접화인몽동심사(蝶花人夢同心事/나비 꽃 사람의 꿈은 모두 한마음 속이니)
왕소동군유일춘(往訴東君留一春/봄신에게 하소연해 이 봄을 붙잡아볼까)
춘몽(春夢)은 스님의 유고(遺稿)로 알려졌는데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꿰뚫고 유불선(儒佛仙)을 회통(會通)한 만해(卍海)스님의 선시(禪詩)라 볼 수 있다. 동대(東大) 뒤편을 통해 남산둘레길로 들어섰다. 날씨가 흐려도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들리는 듯 했지만 그래 이거다 싶은 것은 잡히지 않았다. 남산둘레길 중간에서 필동 한옥마을로 길을 잡았다. 입춘대문(立春大門)을 들어서며 입춘이 지난지도 근 한 달이 되었으니 금방 봄 내음이 나겠지 싶은데..... 어쨋든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고 설령 붙잡는다해도 갈 것이다. 그래서 봄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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