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졸업횟수가 59회라 매년 5월 9일 동창회(총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예전과 달리 현실적인 문제보다 학창시절 이야기가 대세였다. 졸업하고 54년 만에 처음 참석한 동창이 몇 있었고, 외국에 살아서 참석은 못 했지만, 동창 소식에 목마른 친구들이 유별나게 옛날 추억을 앞장서 끌어냈다. 그러다 보니 반세기가 지난 가물가물한 일들을 들추는데 기억력에 한계가 드러났고 의견이 갈렸다. 옛날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면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고 흐리멍덩하면 나이 탓이라 하며 치매 초기라고 놀렸다.
나도 난처한 일을 겪었다. 물증(사진)을 보니 때와 장소는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그때 무엇을 먹었고 어떤 일을 했다는 친구의 말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했는데 그걸 모른다 했더니 핀잔이 바가지로 쏟아졌다. 정치판에 그런 사람이 많다 하던데...
동창회 이후 단톡방이나 카페가 활성화되자 블로그(티스토리)에 이 사실을 올려야겠다고 글쓰기를 했다. 같이 올릴 사진을 편집하다 부엌에 갔는데 왜 갔는지 퍼뜩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후 아! 물 마시러 왔지. 그렇다. 내게 기억력은 반백년 전의 일을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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