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봄이 왔는데 오늘이 진짜 봄날이다. 태어난 지 97일 된 손녀딸 백일기념자리를 마련했다. [오늘 같이 좋은날은] 아침 일찍 양재동 농산물마트에 가서 싱싱한 과일을 사왔고, 손녀를 기다리는 동안 화사하게 피어난 온갖 봄꽃을 보다 SETEC 옆에 흐드러지게 핀 살구꽃과 벚꽃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곤 사진을 찍다 옛날 글을 소환했다.
『나는 벚꽃과 살구꽃에 대해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1972년 봄. 충청도 시골동네로 약초채집을 갔다가 무리지어 있는 벚꽃과 살구꽃을 보고 밭일하는 할머니에게 무슨 꽃인지 물어봤다.
그때 그 할머니 말씀이 지금도 살구꽃만 보면 방금 전 일 인양 귓속을 울린다.
“작년에 이쪽 나무에서 살구를 따 먹었으니 이게 살구나무여!” 2017.4.7.』
11시가 조금 넘어 손녀가 왔다. 내가 감싸 앉고 라일락꽃으로 가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이라 이야기하고 내년에는 할아버지 손잡고 향기로운 꽃냄새를 맡자고 했다. 알아들었을까.
“까짓것 내년에 다시 말해 주지 뭐!”
집사람이 정성을 다해 백일상(百日床)을 차렸다. 다섯째 손주인데 할머니 솜씨가 예전 손주들 차림상 못지않았다. 고모(姑母)들이 준비한 선물과 초등학생언니가 그린 멋진 백일기념 그림도 선물로 받았다. 오늘은 좋은날이고 진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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