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스님의 선문염송 45회(BTN/2023.2.22.방송)는 공안이 마조일할(馬祖一喝)인데 문광스님의 법문 중 추사에 관한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한 번쯤 들어 본 이야기지만 자세히 몰랐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다.
그리고 전에 쓴 다음블로그(2020.8.4.일기)가 생각나 곧바로 봉은사에 갔는데, 추사의 『板殿』 현판이 금빛이
나는 게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추사(秋史 金正喜)와 초의(艸衣 張意恂)는 1786년(丙午年) 동갑내기며 서로 우정을 나누던 친구사이다. 추사는 초의가 백파(白坡)스님(1767년~1852년)과 선의 논쟁을 할 때 초의 편을 들어 백파스님을 비판한 일이 있었고, 제주도로 유배(流配)갈 때 초의를 만나러 대흥사(大興寺)에 들렸다가 원교(圓嶠 李匡師/1705년~1777년))가 쓴 대흥사 현판 글씨를 폄하한 적도 있었다. 9년간의 제주도유배생활이 끝난 후 추사는 심경에 변화가 왔는지,
초의를 만나서는 원교의 글씨를 복원하길 권했고, 백파스님을 뵈려하다 입적한 사실을 알고는 그 제자인 설두(雪竇)에게 『백벽(百蘗)』이란 글을 써 주었다.
『백벽(百蘗)』이란 글은 마조(馬祖)의 제자 중 백장(百丈)스님이 대기(大機)를 얻었고 황벽(黃蘗)스님이 대용(大用)을 얻었다는데서 인용한 것으로 백파스님에 대한 사죄의 뜻에서 쓴 것이다. 말년에 과지초당(瓜地艸堂)에 기거하며 봉은사를 왕래했고 『板殿』 현판도 별세하기 사흘 전에 썼다고 하니 유학자였으면서도 불교에 매우 심취(深趣)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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