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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가을 – 나이에 맞게

하늘공원(마포구상암동) 등나무가 감싼 전망대에서 가을을 보았다. 가슴으론 바람이 서늘하게 들어오고, 등으론 햇볕이 뜸을 한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해바라기는 햇볕을 따라가고, 핑크뮬리(분홍쥐꼬리새)는 발갛게 물들었다 새삼 계절을 타니 센티해진다. 이 나이에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까. 잠시 삼매에 든다. 2년 전 고교동창송년회 때 10분짜리 건강강의를 하면서 나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오원(吾園) 장승업의 《삼인문년(三人問年)》이란 작품을 인용했다. 노인 셋이 서로 나이를 묻는 그림인데 갑자(甲子)를 삼천(三千)번 그러니까 십팔만(十八萬)살 된 동방삭(東方朔)이 어린애로 묘사(描寫) 된 노인들의 엄청난 나이 자랑이야기다. 과연 몇 살까지 살아야 직성(直星)이 풀릴까. 주위에서 백세(百歲) 되..

나의 이야기 2021.10.04

분당중앙공원 꽃무릇 – 아쉬운 한가위 보름달

유튜브(해성시대)에서 해성이모의 작품을 캡처했다. 그리고 “늙은 절집을 활활 태우는 방화범 잡으러” 나섰는데, 불갑사(전남 영광)까지는 너무 힘들어 으로 갔다. 한가위에는 보름달(月/moon)이 휘영청 밝아야 참맛이 나는데, 달이 뜰 시간에 구름이 몰려들고, 한밤중엔 천둥 번개 폭우가 엄습했다. 둥근달을 기다렸던 추석 연휴에 한 번도 달을 볼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보았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분당에서 꽃무릇 구경으로 한가위 즐거움을 대신했다.

나의 이야기 2021.09.22

(일기) 2021.9.19.(일) 대체로 맑음.

며칠 동안 있었던 잡다한 일들이다. 14일(화) 저녁에 승서와 잠실강변공원에서 앱에 맞춰 달리기운동을 했다. 손주들이 느닷없이 등산 자전거타기 야구 배드민턴 등 운동(놀이)을 하자고 할 때 아직까진 마다않고 해주어 얼마나 흐뭇한지 모르겠다. 다른 할아버지들은 기운이 없어 못한다고 하는데, 우리 할아버지는 언제나 잘한다고 하면 솔직히 으쓱해진다. 거기다 전문가 뺨치는 노하우까지 일러주면 녀석들은 신기해하며 정말 좋아한다. 헤어지면서 언제까지 손주들과 놀 수 있을까 속으로 걱정을 하지만, 하여간 오래 손주들과 즐기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잘 지켜야겠다고 새삼 다짐한다. 16일(목) 고교동창골프모임(오구회)에 참석했다.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만에 그것도 조별모임만 가졌다. 마침 우여곡절 끝에 내차가 출고되어 기념..

나의 이야기 2021.09.19

보성고59회산악회 - 조금씩 변한다.

2021.9.12(일) 등산코스 공지는 이랬다. 구기동에서 비봉능선으로 들어가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 대남문, 보국문, 대동문까지로. 그랬는데 능선에 오르기도 전 너무 빡세게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은근슬쩍 나이탓을 하면서. 그래서 사모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진관사계곡으로 코스를 바꾸고 연신내에서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너나없이 코스변경을 잘했다고 흡족(?)해 하면서. 한번 결정한 것을 초지일관하던 산행에 이제껏 없던 일이 생긴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청!바!지! 백!두!산!을 외쳤는데 조금씩 변한다. 앞으로는 이벤트성 등산이 아니면 동네둘레길이나 쉬운 코스가 좋겠다고 하면서. 해서 변화의 시점이라 생각하고 허접하지만 산행후기를 남긴다.

나의 이야기 2021.09.15

(일기) 서오릉(西五陵:고양시) 나들이-2021.8.29. 흐림

인수대비(仁粹大妃/소혜왕후:1437년~1504년) 묘소[陵]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한때 연속극에서 인기가 많았으며 평가가 다양한 인물인데, 집사람의 제안으로 길을 나섰다. 조선왕조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 벌어졌을 때 중심에 섰던 인물이고 그 파장이 너무 컸다. 한확(韓確/서원부원군)의 여섯째 막내딸로 태어났다. 영특하고 욕심과 고집이 많았다 한다. 시아버지(首陽大君⇒七代임금世祖), 시어머니(정희왕후), 남편(의경세자⇒덕종/추존임금), 시동생(해양대군⇒八代임금睿宗), 큰아들(월산대군), 작은아들(자을산군⇒九代임금成宗), 큰손자(폐비윤씨장남⇒十代임금燕山君) 등 4명의 임금과 직접 부딪히며 일세를 풍미했다. 세조반정(世祖反正)이란 최초의 왕위찬탈(王位簒奪)에 이어 수렴청정(垂簾聽政) 폐비(廢妃) 폐위(廢位) ..

나의 이야기 2021.08.30

감악산 하늘길데크 – 보성고59회산악회

코로나 때문에 단체산행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자제만 하기도 힘들어 방역을 염두에 두고 암벽데크로 명성이 자자한 감악산 임꺽정봉을 가기로 했다. 2021년 8월 8일 8시 사당역 출발. [09:20] 자동차 담당은 이번에도 김민식이다. 신암낚시터(양주시 남면)에 차를 세우고 감악산(紺嶽山) 들머리로 들어섰다. 짧은 너덜겅은 그저 애교스러울 뿐이고, 삼복 땡볕을 가린 숲길은 산행에 즐거움을 줬다. [10:05] 선일재에 도착했다. 첫 번째 휴식이다. 산바람이 상큼하다. 에어컨을 튼 것처럼. 입추가 지난 것을 실감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다. 오르막도 만만찮고. 그렇지만 사뿐하게 올라간다. 조망이 트이면 구경도 하고. [10:45] 공룡바위다.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은데. 하여튼 여기서부터 흥미진진..

나의 이야기 2021.08.09

기대했던 폭우가 없어서 되살아난 관악(冠岳) 궤변(詭辯)

오전에 아들의 도움으로 한의원업무(비급여진료비용자료제출/개인정보보호자율점검신고)를 처리하고 오후에 관악산행에 들었다. 장마기간이라 내심 무지막지한 소나기를 기대하며 우중산행(雨中山行)을 준비했는데........불발이었다. 흐리기만 했지 예보됐던 비는 오간데 없고 간간히 볕도 났다. (1:00~1:40) 간단히 점심을 먹고 관음사 들머리로 들었다. 가파른 오르막도 가뿐하게 오르며 비가 오길 바랐다. 정말 흠뻑 젖으며 산을 걷고 싶었다. 지금 닥친 갈등(葛藤)을 한칼에 쓸어버리듯 말이다. 관음사국기봉(전망대)까지 그렇게 올랐다. 무척 가파른 철제계단도. (1:40~2:10) 비가 틀렸다 생각하니 궂어서 닫힌 조망이 원망스러웠다. 참으로 마음이 간사하다. 거북바위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한참 빠졌다가 다시 걷다보..

나의 이야기 2021.07.11

(일기) 6월이 지났다-삶이 속일지라도.

살면서 맞닥뜨리는 일들이 어디 하나 둘 이겠는가. 다만 올해는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생겨 자주 기록한다. ‘순(順)하게 살자’ 다짐한 이래 제일 곤혹스러운 한 해다. 그렇게 6월이 지났다. 이것도 삶의 일부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편하게 마음먹다가도, 계속 힘들면 어쩌나 조바심이 난다. 능소화(凌霄花)가 한창 피는 때다. 꽃 이름에 있는 소(霄)는 부수(部首)가 비우(雨)다. 빗속에 능소화를 보면 안 좋은 일이 생기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올 오뉴월은 이상하게 비온 날이 많았고 능소화는 어김없이 피었다. 어제(6월30일) 착하고 예쁜 조카딸이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얼마 전 문병 때 본 선한 눈동자가 자꾸 아른거려 가슴을 멘다. 아파트 담장을 휘감은 능소화를 애써 외면하..

나의 이야기 2021.07.01

불현듯 들춘 사진첩 - 인생7장

한밤중에 잠이 깼다. 호떡만큼 작은 달이 창문을 뚫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언제부터 쳐다보고 있었을까. 나도 멍하니 누워서 한참을 쳐다보다 창문을 열고 똑바로 쳐다봤다. 달력을 보니 오월 보름이 지나는 시간이다(2021.6.25.새벽2시반). 그리고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하는 일은 잘 안되고, 엎친데 덮친다고 궂은일이 생기고, 자다 깨면 오만 걱정으로 낑낑대는 내 모양을 가당찮게 표현한 것이다. 당연히 시간이 걸려야 풀리는 일이지만, 일이 꼬일까 걱정이다. 게다가 집사람 친구가 중병(重病)이란 소식을 들었다. 꼼꼼히 살피지 않은 나도 죄책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집사람의 충격은 얼마나 클까. 속이 상해 하루종일 헛일을 하다가 불현듯 즐거웠던 옛날이 생각나서 사진첩을 들췄다. 기분전환을 위해..

나의 이야기 2021.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