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 머리를 깎으며 - 이발소 소회

초 은 2023. 7. 16. 21:49

오늘 아침 머리를 깎으며 뜬금없이 언제부터 이발소(理髮所)에 다녔는지 궁금했다.

이발소에 가면 널빤지를 걸쳐 놓은 의자에 올라앉아 머리를 깎던 생각이 나는데 아마 대여섯 살은 됐었겠지 싶다. 주로 바리캉으로 짧게 깎았는데 중학생 때는 아예 삭발수준 이었고 혹간 기계총에 걸려 고생한 기억도 난다. 고등학생 때는 두발(頭髮)이 자유로운 학교에 다녀 별로 기억할게 없었고, 대학생 때는 장발단속(長髮團束)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뿐 특별할 게 없다. 언제나 이발은 거의 대부분 동네 이발소에서 했다. 간혹 주인(이발사/理髮師)가 바뀌어도 동네마다 이발소는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헤어숍이 생기고 주로 여자들이 이용하는 미장원(美粧院)에 남자들도 다니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이발을 어디서 할까 고심한 적이 있었다. 장가가던 날이다. 새신랑(新郞) 머리는 헤어숍에 가서 특별히 맵시 나게 다듬어야 한다고 주위에서 성화하는 것을 고심 끝에 뿌리치고 그냥 동네 이발소에서 했다. 그러다 사십년 전 쯤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오고는 헬스센터나 목욕탕 안에 있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다. 딸 둘을 시집보내고 아들 장가 갈 때도 혼주(婚主) 머리를 손질해 주는 곳이 있다고 했지만 한사코 마다하고 그냥 하던 대로 했다. 그럭저럭 삼십년 넘게 이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지난해(2022.9.1.) 내 블로그에 올린 이발사로 헬스센터를 그만두고 동네상가 이발소에서 다시 만난 이발사인데, 얼마 전 건강이 좋지 않아 휴업을 하면서 인사전화를 했다. 나를 동네 이발소 아니면 머리를 못 깎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어디서 깎을 건가 궁금한 눈치다. 오늘 아침 이발한 곳이 이 동네로 이사와 처음 간 목욕탕인데 거기에 이발소가 있어 깎고 왔다. 칠십 평생을 한결같이 동네 이발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