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1월15일 서울둘레길(8개 코스; 157km)이 완전 개통됐다.
작년에 이 길을 한 바퀴 완주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둘레길 조성이 완전치 않아서 서울시담당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었고 일부구간은 내가 실제로 걷고 경험하고 느낀 것을 얘기하며 서울둘레길 홈페이지의 수정을 건의했었다.
<2014.11.19. 양재시민의 숲 관리사무소에서 안내책자와 스탬프 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둘레길로 정해진 길을 마라톤시합에서 코스를 지키는 것처럼 정확히 걷고 또 둘레길 위에서 역사 문화 자연생태를 체험하려면 보행속도나 휴식시간을 잘 조절해야 하니까 혼자서 걷는 것이 편하다. 우리가족과 나를 아는 사람들의 손을 가슴으로 꼭 잡고서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열심히 걸었다.
서울둘레길 걷기는 2코스(12.6km;5시간10분)처럼 쉬운 곳이든 8코스(34.5km;17시간)처럼 어려운 곳이든 하루에 완주를 목표로 했고 7코스까지는 이를 지켰다. 그런데 8코스는 하루에 끝내기가 여의치 않아 두 번에 나누어 걸었다. 이렇게 시작한 서울둘레길 걷기는 2014년 11월 20일부터 2015년 1월 4일 사이 9일 동안 8개 코스에서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이야기를 만들었고 400여장의 사진을 찍고는 막을 내렸다.
2015.1.5. 서울둘레길을 완주하고 도봉산탐방지원센터 옆 스탬프우체통에서 28번째 스탬프를 찍었다>
도봉산탐방지원센터 옆 스탬프우체통에서 28번째 스탬프를 찍고 잠시 쉬며 서울을 생각해 보았다. 서울을 둘러싼 산이며 도심을 가로지른 한강이며 시내풍경 등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다. 산이고 들이고 마음에 드는 길이 있으면 걷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길을 만들어놓고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게 한 서울시에 감사한다.
1.서울둘레길 1코스[도봉산역~화랑대역] 후기
2014.11.20.(목) 오전 10시 두 번째 서울둘레길 걷기에 나섰다.
서울둘레길 홈페이지에 1코스는 거리(14.3km) 소요시간(6시간30분)으로 되어있지만 저녁에 약속이 있어 조금 서둘러 4시간에 완주했다. 서울둘레길 전구간 개통기념으로 지자체 별로 행사를 했다. 서울시에서는 완주인증서를 주려고 둘레길 곳곳에 28개의 스탬프우체통을 설치했는데 어린아이처럼 스탬프 찍는 재미로 더 열심히 둘레길을 걸었다.
서울둘레길1코스는 서울의 대표적 바위산인 수락산과 불암산을 통과한다. 이 구간은 주민들이 운동·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수락산둘레길 불암산둘레길 등과 함께 하천 계곡 능선 등에 다양한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트레킹 및 등산의 묘미가 있다. 벽운동천(碧雲洞天)이라 부를 만큼 경치가 뛰어난 벽운동계곡은 곳곳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로 가을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다. 이 구간엔 넓은 평야에 갈대가 많던 노원평(盧原平), 말들이 뛰놀던 마들, 방금 전 시인이 소풍 왔던 것 같은 노원골 천상병산길, 조선시대 미륵당과 서낭당이 있던 당고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있는 학도암, 출산과 풍요를 기원하던 넓적바위 등이 있다. 또 보조구간으로 덕릉고개길이 있는데 등산재미도 있고 자연환경생태를 잘 보전한 기분 좋은 구간이다. 당고개역을 거쳐 철쭉동산에서 스탬프를 찍고 불암산을 돌아 나왔다. 공릉산백세문에서 화랑대역까지는 도심길이다. 둘레길을 걸을 때 자동차매연이나 시멘트벽과 마주치는 도심길이 나오면 걷기가 제일 버겁다.
2.서울둘레길 2코스[화랑대역~광나루역] 후기
2014.11.29.(토) 14;40 광나루역1번 출구에서 서울둘레길2코스 걷기에 나섰다.
서울둘레길은 보통 시계방향으로 걷기 때문에 2코스는 화랑대역에서 시작하지만 이날은 진료를 끝내고 접근이 쉬운 광나루역에서 시작해 3시간 20분에 완주했다.
이 코스에는 고구려 이야기가 전해지는 온달장군‧평강공주 아차산보루 고구려정 등이 있고, 일제강점기부터 공동묘지로 사용한 망우묘지공원이 있으며, 근래 개발제한구역에 조성한 중랑캠핑숲과 개발구역인 양원보금자리 등 과거 현재 미래가 있는 구간이다.
<오후 2시 반쯤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아차산 용마산 망우묘지공원 중랑캠핑숲 양원보금자리 목동천
등을 거쳐 화랑대역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한 저녁 6시가 되었다>
<망우묘지공원에는 근현대의 유명인사 및 사연 많은 주검이 안장되어 있다 >
중생의 삶은 어디서나 고해(苦海)다.
이승에서도 건강복덕을 발원(發願)하지만 고해요
저승에서도 편안영면을 축원(祝願)하지만 고해다.
금강경에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란 말씀이 있다.
망우공원묘역에는 유명인사 및 여러 주검이 우리들 가까이에서 생활하고 있다.
항상 안녕평안 하시기를 소원한다.
<서울의료원이 있는 중랑소방서교차를 지날 때쯤 일몰시간(17;15)이 넘어서 주위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화랑대역 근처 북부간선도로 위로는 반달(상현달)이 곱게 떴다>
3.서울둘레길 3코스[광나루역~수서역] 후기
2014.12.4.(목) 서울둘레길3코스 걷기에 나섰다.
이틀 전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추위가 예보됐지만 아침 일찍 07;20 광나루역을 출발하여 14;00 수서역에 도착했으니 3코스 걷기는 5시간 40분 걸렸다. 서울둘레길 8개 코스 중 두 번째로 긴 코스지만 작년 봄에 두 번이나 걸어봐서 길을 만끽하며 신나게 걸었다. 방이동생태학습관을 경유하여 성내천에 접근하는 경로가 다소 변경됐는데 이곳은 인접한 올림픽아파트와 조화를 이루면 상당히 활성화 될 것 같다
서울둘레길3코스는 강동구와 송파구가 지자체 특색에 맞게 조성한 시설이 많다. 강동구는 암사동선사유적지가 있고 강동그린웨이로 대표되는 고덕산자락길 샘터근린공원 방죽공원 명일공원 상일공원 일자산 등이 잘 가꾸어졌다. 송파워터웨이로 대표되는 송파구는 성내천과 장지천 탄천을 끼고 토성산성어울길 송파소리길 장지공원 장수공원 등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조성돼 있다. 성내천은 주변지역을 개발하면서 오염이 심했었는데 그 후 지하수와 한강물을 끌어와 생태하천으로 되살렸다. 물이 깨끗하고 수량이 많아 잉어 등 물고기가 번식하고 청둥오리와 비둘기 무리도 모여들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4.서울둘레길 4코스[수서역~사당역] 후기
2014.12.7.(일) 대설(大雪)인데 눈은 저녁 늦게 내린다하고 구름만 끼었다.
아침8시 수서역을 출발하여 12시 40분 사당역에 도착했으니 걷기에 4시간 40분이 소요됐다. 대모산 구룡산 우면산이 포함된 이 구간은 집 근처라 아주 많이 다닌 곳이다.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정도지만 산중턱까지 오르내리는 곳이 있어 만만하게 보면 큰일 난다.
구룡마을 위쪽 대모산에 이런 길이 있다. 3분이면 통과 할 짧은 거리에 볼품도 없는 흔해빠진 산길이지만 이 길만 들어서면 왠지 숙연해진다. 잠깐사이지만 온 길도 안 보이고 갈 길도 안 보인다. 마치 내가 살아온 인생길처럼 그저 꿈만 같다. 앞길이 안 보인다고 두렵진 않다. 지나온 길처럼 굴곡진 길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다. 길이 없다면 모를까 있을 것 같아 그냥 걸어간다.
<돌탑전망대 / 대모산에는 그럴듯한 돌탑이 20여개나 있다. 특히 돌탑전망대는 명성이 높으며 바로 옆에는 팥배나무 연리목이 있어 명소가 됐다. 또 강남이 물이 좋다는 우스개 이야기를 증명하듯 약수터도 많아 둘레길4코스를 걸으면 부근에서 20여개의 약수터를 만날 수 있다>
<양재시민의 숲 / 청계산에서 발원한 여의천과 양재천을 끼고 있으며 윤봉길의사기념관과 유격백마부대충혼탑 등이 있다.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만끽할 만큼 나무도 많고 울창한 숲속에 휴게시설이나 잔디광장 배구장 테니스장 등 운동위락시설도 잘 꾸며져 있다>
우면산은 소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경기도와 서울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2011년 7월 폭우로 산사태가 나서 인근주민들이 피해를 봤지만 산책과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관악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을 둘렀는데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산의 일부가 잘려나갔고 우면산터널 남태령 과천대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으로 산세가 깎여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5.서울둘레길 5코스[사당역~석수역] 후기
2014.12.11.(목) 서울둘레길5코스를 걸었다. 전날 밤에 비가 조금 내렸지만 구름만 끼었을 뿐 걷기에 좋은 날이었다. 다만 간간이 부는 찬바람에 코끝이 찡하게 시렸다. 이 구간은 사당역을 출발하여 관악산 삼성산 호암산의 기슭을 둘러 석수역에 이르는 길로 거리(12.7km)가 짧다. 평탄한 숲길이라 사색을 즐기고 운동효과도 배가 시키는 주법(走法)으로 걷기의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평지에서는 보폭을 넓게, 오르막에서는 호흡에 맞춰 리듬을 타고, 내리막에서는 가볍게 뛰면서 무릎에 충격을 흡수하여 피로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3시간 30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서울둘레길5코스에는 종교시설 및 무당골 장승길 신선길 등 민속신앙과 관련된 이야기가 곳곳에 있어 정겹다.
6.서울둘레길 6코스[석수역~가양역] 후기
2014.12.14.(일) 집안일과 고등학교등산모임 등이 있는데 몸이 아파 외출을 망설였다.
서울둘레길6코스는 둘레길 8개 코스 중 가장 밋밋하여 끈기가 필요할 뿐 부담이 없는 구간이라 걷고 나면 컨디션이 좋아질 것 같아 집을 나섰다. 10;50 석수역을 출발하여 14;40 가양역에 도착했으니 걷기에 3시간 50분이 소요됐다. 안양시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 5개 지자체가 각자 특색을 갖추려했지만 안양천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구간이라 걷는 사람이 변화를 꾀해야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이 구간에는 기아대교 광명대교 오목교 등 15개의 다리가 있고 서해안고속도로 서부간선도로 경부선기차길
전철1호선 등 교통시설도 많다.
안양천산책로는 봄에 벚꽃이 피면 십리 길에 인파가 넘친다고 하는데 겨울이라 한가하다.
구로올레길 영등포수변둘레길 역사유적순례길 등이 서울둘레길과 이웃하게 조성되어 있다.
7.서울둘레길 7코스[가양역~구파발역] 후기
2014.12.25.(목) 아침 일찍 서울둘레길7코스 걷기에 나섰다.
서울둘레길7코스는 가양동에서 한강을 건너 난지공원 메타세콰이어길 월드컵공원 불광천까지 잘 다듬어져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지만 앵봉산 구간에서 체력안배를 잘해야 한다. 서울둘레길의 산길은 보통 산자락을 경유하고 오르막내리막도 얼마 없지만 7코스는 조금 다르다. 봉산과 앵봉산은 정상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종주하고 특히 벌고개에서 앵봉산에 오르는 길은 여느 산의 깔딱고개 만큼이나 힘들다.
성탄절 이른 아침이라 거리가 한산하여 더 추워 보였지만 걷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아침 7시 30분 걷기에 나서 간직하고픈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며 오전 11시 50분 구파발역에 도착했으니 4시간 20분 걸렸다.
아침 7시 40분쯤 차가운 공기와 싸늘한 강바람을 코끝으로 느끼며 가양대교 중간에 이르렀다. 일출시간이 7시45분으로 되어있는데 동쪽 보다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어둠이 걷히기 직전 개화산(왼쪽)과 행주산성(오른쪽)이 다정스레 마주보고 있고 방화대교가 길을 열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추위를 이기려고 부지런히 걷는데 머리위로 철새 한 무리가 날아갔다. 나도 이른 아침 집을 나섰는데 철새들도 무슨 볼 일이 있는지 부지런하다.
가양대교 북단에 이르렀을 쯤 동쪽하늘이 밝아왔다. 다리위에서 일출을 보고 있다가 다리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지공원으로 내려섰다.
*메타세콰이어길 단상*
가지런하고 평탄하다.
지나온 길과 지나는 길, 그리고
가야할 길이 이러면 좋겠다.
녹색계절에 잎이 무성해도
노란계절에 단풍이 들어도 좋다.
그리고 지금처럼 떨쳐 보내고
홀가분히 서 있어도 좋다.
어차피, 나는 거기에 있었고
다만, 굴곡의 삶이 군더더기를 만들며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다.
봉산봉수대에서 서쪽으로 바로 앞에 망월산이 있고 멀리 방화대교와 그 너머 개화산 그리고
인천시 계양산이 보이며 서북쪽으로는 고양시의 아파트단지와 택지개발지구가 보인다.
봉수대를 지나 벌고개를 건너 앵봉산으로 들어서면 서오릉 담을 끼고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해야 한다. 잘 다듬어진 둘레길이지만 힘든 산길이다. 힘들 때마다 북한산과 수락산을 건너다보고 또 인천시 고양시를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으면 피로가 풀리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8.서울둘레길 8코스[구파발역~도봉산역] 후기
2015.1.1.(목) 을미년 첫날이다. 새해인사로 다들 건강을 제일 강조한다.
아침 11시 10분 구파발역을 출발하여 8코스 걷기에 나섰다. 지난번처럼 하루에 8코스를 완주하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하는데 손자들이 놀러오는 바람에 출발이 늦었다.
첫날은 구름정원길(5.2km) 옛성길(2.7km) 평창마을길(5km) 명상길(2.4km) 그리고 솔샘길 중 정릉대우아파트 솔샘마당 입구까지 걸었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으로 미뤘다.
두 번에 나누어 걸은 8코스는 모두 10시간 20분이 소요됐다.
<스카이워크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60m 길이의 데크길로 머리위로 족두리봉을 올려다보거나 전망이
확 트인 서울서부지역을 보고 있으면 눈이 즐겁다>
구름정원길 구간의 불광계곡과 스카이워크 등은 흥에 겨워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스카이워크 하늘전망대에서는 서쪽으로 7코스 구간에서 걸었던 봉산과 앵봉산이 보여 반가웠다. 날씨가 조금만 따뜻했다면 새해 초하루 공휴일에 이 구간은 등산객이나 산책 나온 주민들로 무척 붐볐을 것이다.
옛성길이 시작되는 북한산생태공원을 지나 큰길(진흥로)을 건너 장미공원에서 신발 끈을 다시 맸다. 된비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숨을 몰아쉬며 우수조망명소에 이르면 시원하게 펼쳐진 북한산 비봉능선을 볼 수 있다. 문수봉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 향로봉 족두리봉 등으로 이어진 비봉능선이 산의 서쪽을 향해 힘차게 뻗어있다. 탕춘대성암문을 지나 내리막길 끝 구기동입구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평창동길로 들어섰다. 8코스 중 구간 길이가 길면서 콘크리트길이라 걷기가 힘들고 지루한 구간이다. 북한산 사자능선을 올려다보거나 남쪽으로 전망이 열린 곳에서 잠시 쉴 수 있으나 곳곳에 사유지니까 통행에 조심하라는 안내가 있다. 간혹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개 짖는 소리에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다. 목줄에 묶인 경비견들이 악에 바친 듯 거친 소리로 짖어댄다. 북한산자락으로 코스를 변경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오후 2시 30분경 형제봉입구에 도착해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마음을 풀었다. 이제부터 산길이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에 갑자기 사방이 조용한 듯하고 심각한 생각이 엄습한다. 마치 수도자가 아니면 들어서지 말라는 듯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서울에 눈이 별로 온 적이 없는데 이곳에는 눈이 제법 쌓여있다. 겨울이지만 아이젠 없이 서울둘레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필요할 것 같아 걱정을 하면서 구복암으로 가는 미끄러운 오르막길로 들어섰다. 명상길을 통과하는 내내 조심했다. 곳곳에 얼어붙은 눈길은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솔샘길이 시작되는 정릉주차장을 지나 솔샘마당 입구에서 일단 걷기를 접었다. 이날 걷기에는 전부 4시간 50분이 소요됐다.
2015.1.4(일)아침 7시에 지난번 걷기를 접었던 정릉대우아파트에서 서울둘레길8코스 걷기를 이어갔다. 아침 7시 30분 흰구름길 입구에서 스탬프를 찍었다. 일출시간이 다 됐는데 날씨가 흐려 밝을 기미가 전혀 없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흰구름 구경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아침 7시 50분 구름전망대에 올라갔다. 상당히 전망이 좋은 곳인데 날씨 때문에 시야가 흐려 야속했다. 그래도 위쪽으로 북한산성주능선 오봉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수락산 우이령길 진달래능선 칼바위능선 만경대 인수봉 영봉 등이 희미하게나마 보여 다행이었다. 아래쪽으로는 도심건물과 아파트 너머 축령산 불암산 천마산 용마산 등이 아른거렸는데 자주 가본 곳이라 골짜기까지 보이는 듯 정답게 다가와 기분이 좋았다.
구름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충분히 쉬었다. 화계사를 지나 9시경 이준열사묘 앞까지 왔다. 이제부터 순례길(2.3km) 소나무숲길(3.1km) 왕실묘역길(1.6km) 방학동길(3.1km) 도봉옛길(3.1km)을 걸으며 이 길의 의미를 생각했다.
순례길 구간은 이준열사 광복군 4.19민주열사 등 애국지사의 묘역이 있고 자연친화적인 섶다리와 계곡쉼터가 있어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다. 등산객과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데 길인데 걷다보면 한번쯤 옷깃을 여미게 된다.
소나무숲길 구간에는 손병희선생의 묘소와 천도교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지은 봉황각이 있다. 강북구 삼양로에 위치한 솔밭근린공원은 평지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산책과 운동 및 쉼터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오전 10시 50분 왕실묘역길에 왔다. 임금노릇을 했으면서도 패륜 때문에 군(君)으로 강등된 연산군 묘소와 방학동은행나무, 정의공주산소를 돌아봤다.
방학동길은 나름대로 주변경치에 취해 걷는 구간이다. 시루봉 된비알을 헉헉대고 걷다보면 바가지약수터가 정겹고 쌍둥이전망대에 오르면 도봉산 주봉이 가깝게 다가선다. 여기서부터 등산객으로 붐빈다.
시계가 11시 50분을 가리킬 때 도봉옛길 무수골에 도착했다. 세상사 근심걱정이 없다고 무수골이라 부르는 곳이다. 미끄러운 곳이 있지만 발밑에 밟히는 느낌이 좋아 아이젠을 벗었다. 그 옛날 이곳 산자락 산골마을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가슴을 펴고 사대부 인 냥 허세를 떨며 걷다보니 어느덧 도봉사 절집이 보였다. 이제 도봉탐방지원센터를 거쳐 도봉산역에 도착하면 400리 서울둘레길을 완주하게 된다.
서울둘레길을 걸을 때 길 위에서 구경도 열심히 했지만 걸을 때는 바람소리를 내며 열심히 걸었다. 마지막 둘레길을 걷는 날은 잠깐 하늘이 열리나 했더니 이내 닫혀 버렸다. 걷기에는 좋은 날씨였지만 멀리까지 시야가 열리지 않아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서울둘레길 8개 코스 모든 구간을 아무 탈 없이 걸어서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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