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올해는 가을을 타려나 보다

초 은 2014. 11. 3. 21:29

일기예보대로 모진 비는 아니고 아침까지 비가 추적됐다.

비가 그치자 좀이 쑤셔 배낭을 둘러맸다.

차일피일하다가 올해는 먼 산으로 단풍구경도 못 갔다.

그러다 동네 산의 단풍도 못 볼 것 같아 집을 나섰다.

밖에 나오니 목덜미서 등줄을 훌치는 바람이 살짝 으스스하다.

 

아파트 담장 옆길에 널린 낙엽이 안쓰럽고 추레하다.

망명정부의 지폐가 저러한가.

놓아두기엔 가로거치고 치우기엔 짜증이 날 것 같다.

 

 

 

이내 산길로 접어드니 낙엽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아파트 낙엽과 감촉이 사뭇 다르다.

추풍낙엽의 장관은 없지만 쌓인 낙엽이 푸근하다.

나이가 들면 낙엽이 좋다는데 그 말을 실감한다.

2시간 남짓 산허리를 돌다 동네 길로 나왔다.

 

 

가을엔 아이들의 운동회가 열려야 제 맛이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비 개인 하늘을 찌른다.

 

가을엔 잘 익은 감들이 가지 끝에 매달려 있어야 제 맛이다.

금방이라도 까치들이 모여들 것 같이 탐스럽다.

올해는 가을을 타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