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뱃속에서 동생을 뺏어요.”
지원엄마가 둘째아이를 출산하자 34개월 된 지원이가 한 말이다. 지원이는 엄마배가 남산만 해 지자
남자동생이 생긴다고 좋아했다. 동생이 생기면 <착한누나할 거야> <업어줄 거야> <장난감 다 빌려줄 거야> <때려줄 거야> <엄마는 내꺼고 동생은 아빠 꺼야> 등 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잠시도 엄마와 떨어진 적이 없는 지원이의 대치동 첫날은 이랬다.
할머니와 같이 아침엔 어린이집 가기. 오후엔 이모네 백화점 키즈카페 놀러가기. 저녁엔 난생처음 엄마 없는 하늘아래 외롭고 슬픈 잠자리.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병원에 갔다는 걸 정확히 알면서도 엄마한테 가자고 애처롭게 울었다. 12시가 넘도록 서글프게 엄마를 찾았다. 스토리빔을 보며 자자니까 엄마생각이 난다고 거부하며 잠투정을 심하게 했다. 12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었을 때는 얼마나 울었던지 눈가가 짓무를 정도였다.
할머니 걱정도 태산이다. 어린이집 다니는 것은 차치하고 어떡하면 엄마 없이 잘 지낼까 또 에미 산후조리는.......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다음날 명랑모드 지원이 세상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려먹기. 똘이 밥 주고 맘대로 주무르기. 그리곤 엄마가 금방 안 온다고 확신하고 변신모드.
그래도 순간순간 엄마생각이 나면 코끼리이불을 물어뜯고 훌쩍인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낸 다음날. 할머니가 사준 인형을 동생삼아 새로운 삶의 현장실습. 철부진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고 희생하는 <천사표누나>가 지원이 역할이다. 할머니가 애기이름을 지어왔는데 다 싫고 <내동생>이라 부르겠단다.
조만간 엄마 보러 집에 간다.
엄마 아빠 셋이서 살던 집에 [엄마뱃속에서 뺀 동생]을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우리 지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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