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서 앞길이 보이지 않기론 지나온 길이나 매양이지만 오직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具常의 <近況> 중에서). 2025.1.16.(목) 고교친구들과 한양도성길 낙산구간(혜화문~흥인지문)을 걷기로 한 날이다. 60년 전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혜화동(惠化洞)에서 출발하였다. 전날(1월 15일)은 국회에서 탄핵받은 대통령이 관저에서 체포되어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날이다. 요 근래 10여일 사이에 지인 3명이 작고(作故)하여 우울해서 기분 전환 차 나섰는데, 나랏일이 뒤숭숭하여 그런지 친구들도 시큰둥해 보였다.
예전엔 혜화동 로터리에 분수가 있었는데, 종종 로터리를 맴돌며 사색에 잠겼던 문학소년 시절이 생각나 가슴이 아릿했다. 장면(張勉)가옥엘 들렸는데, 그때 추억보다 작금의 정치판이 먼저 떠올라 고개를 가로 지었다. 맞은편에 혜화초등학교가 있다. 친구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으로 근무하셨고, 동창 중 이 학교 출신이 여럿이다보니 추억이 많다. 오늘 구경한 석천(石泉)문화관은 예전에 친구가 살던 집으로 부러움을 많아 받았는데, 집안 어르신의 유지를 받들어 훌륭한 공간으로 변했다.
성북동에서 점심을 먹고 혜화문(惠化門)으로 향했다. 한양도성을 복원하는 공사현장이 곳곳에 있지만 혜화문은 말끔하게 단장되었다. 주변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낙산공원에 이르렀다. 근처 명물카페에서 1시간여 차담(茶談)을 하는 등 친구들과 대여섯 시간 함께하고 즐겁게 헤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착잡했다.
하루가 지나 몇 장의 사진을 들추다 구상시인의 싯귀가 떠올라 글을 올리고, 손녀의 재롱으로 웃음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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