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차례 단풍구경에 나섰는데 나름의 에피소드가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첫째는 고교동창산악회에서 계획한 단풍산행이 총동창회가 주최한 가족등산 때문에 취소되자 다음날인 10월27일(일) 혼자서 도봉산단풍산행을 하였다. 아침에 일을 보고 조금 늦은 시간인 11시쯤 도봉산역에 도착했는데 등산객이 제법이다. 천축사에 들려 심장치료를 받는 동서의 쾌차를 빌고, 마당바위와 관음암을 거쳐 북한산우이역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혼자니까 잔뜩 단풍에 취해서 흥겹게 걷다보니 아뿔싸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우이암 근처부터 급하게 걸음을 재촉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허리와 골반 그리고 종아리에 심한 통증이 왔다. 사고야 없겠지만 출근을 못하면 어쩌지 덜컥 겁이 났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쉬었다 무사히 하산을 했는데, 집에 오는 내내 앞으론 무리한 산행은 피하자고 단단히 결심했다.
둘째는 11월3일(일) 가족나들이에서 손녀와 있었던 일이다. 유별나게 꽃을 좋아하는 녀석과 동천동공원에서 단풍과 꽃을 보다 화살나무 때문에 생긴 일이다. 가을이라 꽃나무들이 대부분 단풍이 들고 빨간 열매를 맺았고 그중 지나가다 눈에 띄인 화살나무의 특징을 말해 주었는데, 나중에 애비가 찍은 여러 개의 동영상을 집에 와서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글쎄 손녀가 얼마쯤 지나 화살나무가 또 보이자 정확히 화살나무를 가리켰고, 애비가 묻는 말에 평소 좋아하는 빨간색 열매라는 말 대신 “껍데기가 붙어있지” 하고 똑떨어지게 대답하는 화면을 몇 번이나 보고 또 보며 신통방통해 한참을 유쾌하게 웃었다.
셋째는 11월7일(목) 고교친구들과 애써 단풍명소로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명륜당 등 구내와 삼청공원 그리고 창덕궁과 후원으로 단풍구경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정했던 곳은 공사 중이거나 관람객이 너무 많아 입장이 안 되어 불발이 되었다. 파란색 하늘은 높이 오르고, 일기예보보다 날씨가 온화했으며, 바람 한 점 없이 공기도 맑고, 그야말로 하던 일도 팽개치고 ‘번개팅’을 해서라도 가을구경을 할 날씨가 우리의 일정을 어긋나게 했다. 나름대로 옛날을 들먹이며 기웃기웃 단풍구경을 했고, 끝판은 빈대떡에 막걸리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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