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올 겨울 설경(雪景) 끝물을 즐기며

초 은 2024. 2. 22. 23:38

우수(雨水)도 지났고 경칩(驚蟄)이 금방이니 올 겨울 서울에서의 눈 구경은 이번이 끝인가

싶다.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것을 보고 마음이 들떴다. 올 겨울엔 눈도 비도 자주 왔건만 제대로 마중을 못했다. 마침 잘됐다. 방이동에 갈 일도 있는데 두어 군데 가서 설경(雪景)에 빠지자 맘을 먹었다. 잠도 설깬 상태에서 우선 창밖 눈부터 찍었다.

 

오후에 2건의 약속이 있어 시간을 정하고 움직였다. <설경 끝물>이란 생각에 미련을 갖고 두리번거릴 것을 염려해서다. 게다가 맘에 드는 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을 쓰면 낭패다. 방이동에 왔으니 모교(보성고등학교)와 올림픽공원이 눈 구경하기엔 제격이라 하겠다.

 

먼저 모교에 들렸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없어서 한적하게 눈 덮인 교정을 둘러보고 꽤 많이 사진을 찍었다. 나 때는 혜화동에 학교가 있었고, 학창시절의 추억은 그곳 뿐이라, 이곳 방이동교정은 생소하여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지만 잘 꾸며진 교정에 새하얀 눈이 다소곳이 내려앉아 무척이나 정겹게 다가왔다.

 

다음으로 올림픽공원엘 들렸다. 몇 번 와봤던 곳이지만 백설(白雪)로 치장한 것은 처음이라 새삼 눈길이 바빴다. 제법 미끄러운 길도 있어 조심조심 걷다보니 날씨마저 푹해서 등줄기로 땀방울이 맺혔다. 보고 싶은 대로 다하면 오후 일정에 지장이 있겠기에 끝판에는 부지런히 걸어 예정대로 눈 구경을 끝냈다. 올 겨울 눈다운 눈을 제대로 구경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다.

 

 

오늘 글 말미에 날로 똘망똘망하고 예쁜 손녀딸이 사랑스러워 한 장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