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7. 일흔네 번째 생일잔치를 했다. 나는 음력으로 생일을 세는데. 며칠 전 내가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해 보니, 공교롭게도 9살 된 둘째 손자의 생일과 날짜가 같았다. 그래서 별도로 날을 잡아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날 함께 생일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내게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정리해 오늘 올린다.
여태껏 큰 후회 없이 살았는데, ⟪1997년 성남빌딩을 팔고 글쎄, 그 돈으로 부평역이나 태평역 근처에 건물을 사지 않은 것은 일생일대의 큰 실수요 너무 큰 통한(痛恨)이다⟫란 생각으로 몇 해 전부터 가슴앓이를 하곤 했는데, 이날부로 깨끗이 잊자고 다짐했다.
생일 자리가 끝나고 습관처럼 걷기운동에 나섰다. 숲속 곳곳에 흰가시광대버섯이 널렸다. 분명 독(毒)이 있는데 글쎄, 식용(食用)으로 쓴다고 한다. 독버섯이니 먹어선 안 된다. 절대로. 역세권 저잣거리에 대한 미련(未練)은 이제 그만 내려놓자.
8일 저녁 일기예보에서 말 한대로 2차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말 그대로 하늘이 뚫린 듯 시간 반 가량 장대비가 퍼부어 대치사거리 큰길이 물바다가 되었고, 이곳 대로를 통행하는 차량을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사람들도 8차선대로 건널목을 마치 범람하는 개천에 외나무다리 건너듯 조심조심 건넜다. 이날 한의원도 피해를 보았는데 밤새 더 커질까 봐 걱정했다.
11일 장욱진고택(용인시)에 가서 미술작품이며 집 구경을 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크든 작든 집은 주인이 가꾸기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국가등록문화재(404호)>가 된 이 고택도 평범한 시골집이었는데, 주인이 정성을 다해 가꾸고, 그곳에서 혼을 바쳐 일을 했기에, 당연히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관람객이 없는 시간이라 한적했는데 마침 비까지 내려 한결 고즈넉하고 정갈스러웠다. 고택(古宅)도 삼매(三昧)에 든 모양이다.
이날 저녁 집사람은 몇 달째 투병(鬪病)하던 여고동창생이 사망(死亡)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하며 조문(弔問)을 갔고, 나도 저녁 내내 고인(故人)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12일 동서와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딸내미 시집보내고 아들 문제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위로도 할 겸 자리를 만들었다. 참으로 열심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말 그대로,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았다. 무자식 상팔자란 말이 있는데, 부모가 되어선 결코 할 말이 아니라 생각한다. 자식은 품안에 있을 땐 사랑으로 키우고, 결혼하여 제금나면 어엿이 가정을 꾸린 가장(家長)이니, 어려움이 닥쳐도 제 역할을 올바로 하나 지켜볼 일이지, 무자식 상팔자타령은 할 말이 아니라고 본다.
감 놔라 대추 놔라 훈계할 궁리 말고, 애정을 갖고 지켜볼 따름이다.
14일 며느리와 처음으로 같이 가족골프를 했다. 며느리가 홑몸이 아니라 조심스러웠지만 기대 이상으로 공을 잘 쳐서 너무 좋았다. 정말이지 이제껏 치던 골프와 다른 묘미가 있어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다. 게다가 장마철인데 비 한 방울 안 내리고 구름만 끼어 폭염도 피했다.
이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고르지 못한 날씨 때문인지 진료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유튜브로 선문염송(禪門拈頌)을 자주 들었고, 삶의 많은 부분을 돌아 본 일주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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