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庚子)년은 초장부터 삐꾸러졌다. COVID-19가 사회규범(社會規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社會的 動物>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떼어놨고, 막판에는 다섯 명도 모일 수 없어 의례적인 送年모임이나 해넘이·해돋이 名所도 통제(統制)해 버렸다.
그래서 매년 하던 해맞이를 포기했는데 손주들이 일출구경을 하고 싶다 해서 그러마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7시 집에서 가까운 영동대교(永東大橋)로 나섰다. 다리에 올라서니 한파(寒波)에 강물도 얼고 추위가 매서운데, 여명(黎明)을 보자 손주들이 신나했다. 해맞이名所도 아니고 구름 때문에 日出도 신통찮은데, 때가 때인지라 경찰이 경계에 나섰다.
해를 기다리며 漢江을 보니 학교노래가 떠올랐다. 校歌에 나오는 《하늘로 오는 漢江의 물의 깊음이 우리 뜻이로다》에 漢江은 銀河水와 연관되며, 建學精神을 담아 낸 것으로, 새길수록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學校가 우리 때는 惠化洞에 있었는데, 지금은 漢江 건너 롯데빌딩 너머, 방이동(芳荑洞)에 있다.
서쪽하늘엔 달이 걸려있고, 일출시간을 10여분 지나서 해가 보였다. 구름 때문에 해맑지는 않아도 무언가 所願을 빌고 싶은데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전엔 Bucket List가 서너 개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나이 들어 목숨을 걸 만큼 간절한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짧은 생각 끝에 겨우 “잘살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가, 금방 직업적인 발상(發想)에서 “아픈 사람 빨리 낫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祈禱)했다. 순식간이지만 아주 정성껏.
그럭저럭 한 시간쯤 지나자 손주들이 손이시리다고 칭얼됐다. 해도 더 이상 맑게 보일 것 같지도 않고. 손주들
감기 걸릴까 걱정돼 서둘러 해맞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혹독한 경자(庚子)년 때문에 신축(辛丑)년
해맞이는 포기했었는데, 손주들 때문에 漢江에서 그런대로 시늉은 냈다. 이 또한 행복 가득이다.
새해에도 뜻한바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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