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고희기념으로 2018.7.5.~8.(3박4일) 다낭(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식구가 모두 10명이나 되고
특히 18개월짜리 어린애가 있어 걱정이 앞섰는데 무사히 갔다 와서 기분이 좋다.
윗 글씨는 추사(秋史;1786~1856)가 칠십일(七十一)세에 쓴 작품인데 일부를 편집했다. 여행하는 동안 이 글귀가 자주 생각났고,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임인 가족모임(고회부처아녀손)을 하고 있다. 세 번의 행복한 경험. 어릴 땐 부모님을 따라갔고, 결혼해선 자식들을 데려갔고, 어느새 고희가 되어 손주 까지 3대가 함께하는 세 가지 가족모임(여행)을 만끽하며 무한한 행복감에 젖어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 놀러간 것 중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게 있다. 아버지 따라 절에 간 적이 있었는데 배가 뻥뻥 할 정도로 과식하고 배탈이 났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어린 나를 옆에서 지켜주신 아버지의 모습. 창경원에 놀러갔을 때 코끼리우리 앞에서 나를 밀친 사람과 언쟁을 하셨으며, 외할머니 생신날 외갓집에서 외사촌과 공차기 할 때 나를 나무라신 외할머니와 대판 싸우신 어머니의 모습. 아! 65년이 지났어도 내가 다칠까봐 감싸고 편들어주신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울 때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자주 놀아줘요’라고 집사람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라는 뜻인데, 사회활동 때문에 시간이 없어 자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함께 한 시간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미시령에서의 자동차사고(85년8월). 아이들 셋이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가서 물놀이를 즐긴 함덕해수욕장(90년8월). 폭설로 막힌 영동고속도로를 우회하여 5시간이나 걸려서 기를 쓰고 넘어간 대관령이며, 아이들 키만큼 눈이 쌓인 용평스키장을 찾아갔던 일(92년2월). 친구가족과 함께한 첫 해외나들이인 괌여행(94년7월). 큰딸이 입시공부 때문에 못 갔지만 집사람이 카지노에서 돈을 따고 바다낚시에서 숨은 실력을 발휘했으며, 랑카위공항에서 강남모산부인과원장을 응급치료한 해프닝이 벌어졌던 말레이여행(97년8월). 집사람이 강력히 추천하여 열흘동안 아들과 둘이 다닌 미국동북부와 캐나다여행(2000년8월)은 지금도 생각하면 즐겁고 꽤 인상적이었다. 딸들도 결혼해서 자식들을 키우며 곧잘 가족여행을 간다. 사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내 젊은 시절이 생각나 참으로 안쓰럽고 한편 고맙다. 큰딸가족은 해외여행도 간간히 한다. 아이들이 여행에 관심이 많고 또 구경도 꼼꼼히 하는 편이다. 이번에 큰사위는 병원일 때문에 바쁜데다가 외국출장 뒤끝이라 시간이 안 맞아서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고희기념 책자를 만든다고 애를 쓴다. 작은딸네도 시간만 나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갖는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장거리 여행은 조심스럽지만 다낭여행에는 18개월 된 꼬맹이도 당당히 한 자리했다. 이번 고희기념가족여행은 무척 뜻 깊은 자리였다. 맑은 날씨에 다낭해변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가 아이들 놀기에 더 없이 좋았다. 특히 바다수영과 모래성샇기를 좋아한 아이들은 무척 흡족한 시간을 가졌다. 아침 이른 시간에 골프를 즐기기도 했고 키즈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기도 했다. 호이안에서 야간 뱃놀이를 하면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등불도 띄웠고, 유명식당에서 현지음식으로 멋진 저녁식사를 했다. 18개월 꼬맹이(주형) 말고는 모두 이번 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도 분명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며 살아가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번 고희여행이 즐겁고 또한 무사하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 집사람과 예산 및 일정을 정확히 실행한 딸 사위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20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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