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는 보스턴테리어 종으로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다.
큰딸이 뉴욕에 유학 갔을 때 갓 태어난 새끼를 분양받은 강아지다.
2008년1월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 기른 정 때문에 한국으로 같이 왔다.
부모의 반대가 극심하여 데리고 들어올 때 우여곡절이 많았다.
참으로 희한한 인연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강아지가 지금 이역만리 서울에서 살고 있다.
어릴 때는 애완견으로 귀엽고 조용했는데 조금 크니까 본성대로 시끄럽고 활동적이다.
아무리 활달해도 집안에서만 커서 그런지 밖에만 나가면 쩔쩔맨다.
훈련을 안했기 때문에 재주도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집에 들어오는 식구들을 반겨주는 것이 고작이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가방이나 걸레 등을 물고 다니고, 물건을 물어뜯어 망가트리기 일쑤다.
아무데서나 실수를 하는데 잘못한 것은 아는지 그때마다 화장실이나 책상 밑에 숨어
바들바들 떨고 꼬리와 귀를 내리고 몸을 숨긴다. 어쩌다 화장실에서 똥오줌을 가리면
그때는 기고만장 이다. 간식을 달라고 보채고 이리저리 날 뛰고 천망지축 이다.
아무데서나 배를 깔고 쭉 엎드리거나 벌러덩 누워 버리거나 소파에서 꼼짝 않는다.
이제는 눈치도 잘 보고 우리집에서 한 식구 몫을 하며 여유도 생겼다.
주인(큰딸)이 시집을 갈 때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했다. 만난 것도 인연이지만 헤어지는 것 또한 인연이다.
애처롭지만 시골로 보내려했는데 이번에는 작은딸이 주인으로 나섰다.
그래서 몇 해를 더 우리집에서 살았다.
작은딸도 시집을 갔다. 이제 똘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 정말 시골로 갈 운명이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딸들이 친정에 올 때마다 반갑다고 껑충껑충 뛰는 똘이가
어느새 어린 외손주들과 친해졌다. 이제는 외손주들 때문에 똘이를 시골로 보내기가 어려워졌다.
다른 인연이 있을 때까지 우리집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구박을 하더라도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P.S<1> 2015.12.26. 어제 크리스마스 날 똘이에게 큰 변고가 생겼다.
오후 3시쯤 집에 오니 똘이가 주방 앞 매트에 엎드려 낑낑댈 뿐 꼼짝을 않는다.
집사람 아들 아줌마 모두 조금 전까지 뛰어다녔다고 할뿐 똘이의 상태를 의아해했다.
다만 한 숨자고 일어나 특유의 기지개를 켜고 놀았다는 얘기가 전부다.
아무나 집에 오면 천방지축 달려드는 녀석이 꼼짝을 못하니 큰일이다.
혹시나 해서 과자를 주어보니 꼼짝 않고 엎드린 채 받아는 먹는다.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어 똘이가 다니는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수의사가 전후 사정을
듣더니 X-ray를 찍었다. 그리곤 디스크 등 척추이상일 가능성을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은 MRI 촬영인데 공교롭게 휴일이라 촬영할 곳이 없단다. 그래서 우선 약을
받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고 집으로 왔다. 아무래도 큰 일이 생긴 것 같다.
아픈 똘이를 지켜보며 집사람이 미안해한다. 전문의시험이 보름도 안 남은 아들도 똘이가 아파서 눈물을 흘린다고 심란해하고.
똘이에게 좋은 보금자리(베드)를 인터넷쇼핑 했다.
용변을 위해 화장실까지 안아다 주고 밤중에 상태를 살피러 나오는 등 극진히 간호했다.
그런데 ^^^ 오늘아침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약을 먹일 때도 꿈쩍을 않던 똘이가 먹을 것 을 찾아 부엌까지 혼자서 걸어왔다.
또 ^^^ 아들이 방에서 나오자 꼬리를 흔들며 뒷발로 서서 반겼다.
정말 괜찮아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보고 출근하여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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