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다보면 이런 날이 있다.
골프가 무척 거시기한 운동이라 아무 이유도 없이 무척 잘 될 때가 있다.
드라이버가 도로 맞고 왕창 멀리 가고, 칩 샷이 단번에 푹 들어간다.
나무 맞고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것은 보통이고, 고무래 맞고 그린에 올라가
슬금슬금 핀 옆에 붙을 때는 환장한다.
어이가 없어 동반자도 뒤로 자빠지고 코피가 터진다.
이럴 땐 “오늘 재수가 좋네요.”하고 밝게 웃으면 무난하다.
그 반대로 평소보다 18타를 더 칠 경우 점잖은 골퍼는 어떻게 할까.
뚜껑이 열리고 죽고 싶은데 어떻게 대처할까.
까짓것 다음부터 골프 안치면 된다지만 그날이 문제다.
동반자가 위로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상하게 안 되네요.”하면 구차한 변명이고, “네, 못 쳤습니다.”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일단 개평(뽀찌)을 받을 때까지 미소(썩소)를 보낸다.
라커에 옷을 구겨 넣은 다음 욕실로 가서 엉덩이에 걸린 팬티(빤쓰)를 벗어 던진다.
그리곤 곧장 냉탕으로 들어가 물속에 대가리를 처박고 숨이 넘어 갈 때까지 참았다가
죽기 전에 고개를 처들고 크게 숨을 쉰다.
거시기가 쭈그러들 때까지 몇 번 하고나면 조금(쪼매) 화가 삭는다.
그런 다음 식당으로 가서 골프가 다 그렇지요 하면서 쿨 한척 한다.
변명하고 징징대면 쪽 팔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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