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송년모임에서 허튼소리를 곧잘 한다.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알량한 지식을 으스대고 싶어 설까.
어쨌든 술이 깰 때쯤이면 영락없이 후회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자괴감(自愧感)으로 일상(日常)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할 때도 있다.
그러면 걷기에 나선다. 종종 그게 해결책이 되곤 했다.
걸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데 반성문(反省文)을 쓰듯이 문구(文句)을
정리하면 나름대로 큰 자괴감은 떨쳐진다.
남한산성 걷는 길은 언제나 좋다.
내 삶의 시작이 성남이요 반백년(半百年)을 있다 보니 여기가 그냥 좋다.
사랑과 미움이 엇비슷하게 쌓여있고. 히죽대다 울컥대다 그러며 걸었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의 아픈 상흔(傷痕)도 들쳐보고 지화문(至和門) 등 사적
(史蹟)을 음미(吟味)하면 마음이 유유(悠悠)해 진다.
남산둘레길도 걸었다.
함박눈이 흠뻑 내려 산 전체가 눈 속에 빠지면 걷고 싶은 곳이다.
이날은 동국대(東國大) 교정을 통해 산길에 들었다.
서울의 동서남북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유별난 사적(史蹟)보다는 서울한복판에 우뚝하니 있어 휴식공간과 관광지로
한 몫하는 산이다. 소나무와 함께 애국가(愛國歌)에도 나오고.
동짓달 열엿새 둥근달을 영동5교(양재천)에서 찍었다.
저녁에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올 때 꼭 건너는 다리다.
둥근달을 바라보며 큰 손자의 학교일을 소원(所願)했다.
그리고 동지해맞이[冬至日出]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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