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기) 2020.11.7. 포근한 겨울 - 장미와 종달새

초 은 2020. 11. 7. 18:35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立冬)인데 춥지 않다.  겨울하면 생각나는 글이 있어 옮겨본다.

성남에도 언제나 사계(四季)는 때맞춰 찾아온다눈이 많이 오던 겨울에 결혼을 하고 이곳에서 보금자리를 꾸려서 그런지 내 마음속엔 늘 계절의 순차(順次)가 겨울이 먼저고 다음에 봄과 여름, 가을 순이다. 성남은 내가 오롯이 47얼추 반세기를 보낸 곳이다.》  (내가 살아온 삶/P.195. 2018북랩)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하지만, 요새 정말 힘들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지난 일을 후회하고 한탄하는 등 심적 갈등이 이만저만 아니다괴로움을 더하는 것은 이 심정을, 추석에 성묘하며 아버지께 말씀드린 거 말고는, 누구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아서다. 의논하고 도움을 받기엔 내 실수가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해서다. 그중 한의원 터를 장만하지 못한 것이 제일 큰 항목이다. 더군다나 아들이 한의사의 길을 걷는데. 다음으론 자식들 집 문제다. 예전에 경제력이 충분했었을 때 생각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지금 와서 땅을 치며 후회막급이다.

 

 

잘 지내던 친구들의 안 좋은 소식이 요새 겹쳐왔다살갑게 대해줄걸 후회해도 때늦은 일이라 정말 우울하다친구나 남들은 평소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꽃에 비교하면 장미라고나 할까멀리서 보면 화사하지만, 다가가 향기를 맡으려면 코끝을 찌르고, 만지려면 손끝을 찌르는 그런 가시가 있다.  보기보다 상당히 까칠하다다시 태어난다면 종달새로 태어나고 싶다. 예쁜 목소리로 노래도 맘껏 하고,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종달새 말이다

 

 

겨울 길목인데 날씨가 포근하다. ‘올 겨울에도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힘을 주시어요.’하고 소원하며

괴로운 심정을 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