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새로운 길

초 은 2020. 7. 5. 20:51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할 모양이다. 한의원자리재개발, 아들진로, 작은딸주택, 시골땅정리 등이 앞길에 놓여있다. 한창때도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고희가 지나 나서려하니 마음이 무척 착잡하다. “예서 앞길이 보이지 않기론 지나온 길이나 매양 이지만 오직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끌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구상(具常)의 싯귀(詩句)를 마음에 새기고 발길을 옮기려 한다.

 

답답하고 힘이 부치면 걷는 버릇이 있다. 또 그게 좋고. 그래서 나섰는데 발길이 《새로운 길》이란 시가 외벽에 있는 윤동주문학관 쪽이다. 이렇게 인왕산과 안산을 걸었다.

 

한양도성을 따라 인왕산정상에 올랐다. 비봉능선이 곱게 자리한 북한산과 북악산 남산을 돌아보며 한참을 쉬다 안산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안산까지는 별 탈 없이 걸었다. 안산정상(봉수대)를 오르는데 헤맸고 지하철을 타려고 홍제역으로 내려오다 또 한 번 헤맸다. 겨우겨우 지하철을 타고 곰곰 생각하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 헤맸다고 자책(自責)할 일은 아니었다. 앞으로 갈 길도 이러리라 생각하면 더더욱 별일도 아니고. 다음 생(生)은 사람[人]보다 새[鳥]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봄날에 푸른 하늘을 날며 “지지배배” 노래하는 종달새로 말이다.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