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를 처음 쓴 것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권장하여 시작한 [그림일기]인 것으로 생각난다. 그리고 중고등학생 때는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습작처럼 일기를 썼고, 이후 대학에 다닐 때나 한의원을 할 때는 매일은 아니라도 비망록처럼 일기를 썼다. 그러다 오십 중반이 넘자 일기 쓰기는 차츰 멀어졌고 대신 양장노트에 일상생활의 후기(後記)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 육십 중반이 되자 노후(老後)에 대비해 무언가 정리를 하자고 살림(?)을 뒤적이다 16절지 공책과 두꺼운 고급노트 더미를 발견(?)했다. 전부 열댓 권 정도 되었는데 거의가 일기장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림일기]를 비롯하여 초중학교 때 쓴 [국어공책] 일기장은 없어졌는데 대충 읽어보다 옛 추억에 빠졌고, 문득 아버님 생각이 나자 일기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아버님은 평소 글을 많이 쓰셨고, 그중 몇 편은 읽어보고 감명을 받은 것도 있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찾아보니 대부분 소실되어 안타까웠다. 그때 나는 글을 쓰면 가급적 모아놓자고 다짐했다.


2010년 들어서 한의원 운영에 컴퓨터가 꼭 필요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컴퓨터를 배워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결국 컴퓨터를 설치하고 꼭 필요한 것만 독학으로 깨치고 지내다가 겨우겨우 컴맹을 벗어날 때쯤 일상사(日常事)를 공책 대신 컴퓨터에 담아놓기로 작정하고 독수리타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카페나 밴드 페이스북 등에 가입하고 블로그(현재 티스토리)도 만들고, 근 반년 만에 열댓 권의 일기를 취사선택하여 지금 간직하고 있는 [일기비망록(초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보관이 거추장스러운 일기장을 폐기했다. 어설픈 문예반 습작품과 일기도 거의 폐기했는데 나중에 친한 동창이 몇 가지는 남겨두지 왜 그랬냐고 핀잔을 주었다. 일기장을 정리하는 동안 2015년 여름에 생일기념 소책자를 만들었고, 2018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큰사위와 자식들이 고희기념(古稀記念)으로 『내가 살아온 삶』이란 책자를 발행했다.


[그림일기]로 시작한 일기장이 컴퓨터 때문에 [사진일기]로 변했고, 특별한 경우 비공개로 했지만, 수시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개됐다. 올해는 더위도 심하고 몸도 편찮아 생일을 그냥 넘기려 했는데, 손주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자리를 만들었다. 사양해도 자식들이 챙겨주니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다. 일흔일곱 생일을 즐겁게 보냈고,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오늘도 손주들의 축하 그림과 영상을 일기처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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