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한 동안 멀리했다. 이름이 능(凌/업신여기다) 소(霄/진눈개비)란 것도 그렇고, 줄기에 빨판이 있어 딴 물체에 의지해 자란다거나, 꽃가루에 독성이 있다거나, 이상하게 씨앗에 배젖이 없다거나, 임금님을 그리다 죽은 궁녀의 애절한 전설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장마철부터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꽃말도 멋있고,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화사하게 핀 모습도 예쁘고, 노후에 대비해 생활여건이 변하니 마음도 변한 것이다.
간밤에 본격적으로 장맛비가 내렸다. 비가 많이 오면 집 앞 양재천 다리가 떠내려갈까 손주들이 걱정한다. 이 다리가 손주들의 좋은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다리 위에서 물고기(잉어) 먹이도 주고, 바로 옆 징검다리를 왔다갔다 건너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다. 그래서 아침 일찍 5시 반경 양재천에 나가서 사진을 찍어 손주들한테 보냈다. 이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저녁 때 개천물이 더 불어났다. (2022.6.30.)